한나라당의 괴이한 '미얀마 학살 침묵'
한나라당의 괴이한 '미얀마 학살 침묵'
[기자 수첩] '광주 컴플렉스' 때문인가
2007-09-28 11:36:32 김동현 기자
한나라당이 또 '괴이한 침묵'을 계속하고 있다. 침묵의 대상은 다름아닌 미얀마 사태.
26일 5명이 피살된 데 이어, 27일 또다시 10명이 피살되는 등 미얀마 군부의 만행에 전세계가 분노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노동당 등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연일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있음에도 단 한곳 한나라당만은 예외다.
한나라당은 27일 대변인 논평이나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에 대해 한마디로 언급하지 않았고, 28일 역시 대변인 논평이나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그 대신 문제삼은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시 관람하기로 한 '아리랑' 공연에 동원되는 북한 어린이들의 인권이었다. 북한의 인권은 중요하되, 미얀마 민중의 인권은 관심밖인 셈이다.
한나라당뿐 아니라 이명박 대선후보도 침묵하기란 마찬가지이고, 4.19세대를 자부하는 이재오 최고위원 등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앞서도 이규용 환경부장관 내정자의 '위장전입'에 침묵, 눈총을 받은 적이 있다.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 전력 때문이었다.
당시 침묵은 그래도 궁색하나마 이유라도 있었다. 그러나 미얀마 학살에 대한 침묵은 상식밖이라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한나라당이 절대신성시하는 미국조차도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미얀마 군부의 야만적 행위를 질타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과 서방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한나라당은 왜 침묵하는 걸까.
추정가능한 이유는 단 하나다. 미얀마 사태가 1980년 광주 학살 사태와 판박이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전두환-노태우 정권의 뿌리를 잇는 정당이기에 '광주 컴플렉스'에 사로잡혀 미얀마에서 진행되고 있는 학살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한나라당은 지금 집권을 확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차기 집권세력다운 면모를 보여야 한다. 미얀마 학살과 같은 중대한 국제적 인권침해에 대해선 최소한의 입장 표명이라도 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에 와 있는 미얀마 민주투사 등은 한국을 "경제동물"로 여기고 있다. 미얀마 군정에도 불구하고 가스전 개발 등을 위해 한국기업들이 미얀마 군정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는 일본을 "경제동물"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러던 우리가 똑같은 비난을 받는 처지가 된 것이다.
차기집권세력임을 자부하는 한나라당의 침묵은 "경제동물"이란 국제적 이미지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격(國格)'을 낮춘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이 언제까지 미얀마 학살을 외면할 지 지켜볼 일이다.
◀ 미얀마 군부가 27일 민주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앙곤 시내로 속속 투입되고 있다. ⓒ버마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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