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 이화여대 정교수 인터뷰
동북공정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 이화여대 정교수 인터뷰
현재 월화사극 ‘주몽’은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간 시청률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고구려 건국신화’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 이 드라마는 극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인 맥락에서 재해석해 보는 일도 뜻 깊을 것이다.
중국과 ‘동북공정’이라는 역사왜곡문제로 외교적 갈등으로 까지 번지고 있는 현 시기, “중국제국을 무릎 꿇리고 두려움 없이 세계와 맞섰던 가장 놀라운 승리의 순간을 조명하겠다.”는 주몽 제작진의 기획 의도는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
한반도 통일이후 동북부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을 비롯한 소수민족의 이탈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정치적인 의도에서 조직적으로 수행되고 있는 중국정부의 역사 개편 프로젝트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 (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 -이하 동북공정
그 대략적인 사건일지는 다음과 같다
1998년 6월 후진타오 당시 국가 부주석등 주요 지도자들이 잇따라 중국 고구려사 연구를 대대적으로 지시함.
1998년 9월 변강역사지리연구중심으로 현대 중국 변경연구 가운데 ‘조선반도형세의 변화가 동북지역안정에 가하는 충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제출됨.
2000년 후진타오 당시 국가 부주석, 중국사회과학원의 동북공정연구계획 비준 승인.
2002년 2월 중국 사회 과학원, 변강역사지리연구중심과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성이 공동으로 예산을 들여 동북 변경의 역사와 현상 연구 공정 출범됨.
2004년 6월 동북공정 사무처가 홈페이지에 공정내용을 공개하면서 한국매체에 소개되면서 한중 사이의 외교문제로 비화됨.
2004년 8월 한중고구려사 문제에 관련해 이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지 않고 학술 연구에 맡긴다는 내용 등의 구두합의 이루어짐.
2006년 9월 동북공정 다시 쟁점화
그러나 현재 동북공정 문제에 관해 정부는 강력대응 하겠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중국에 대해서만큼은 유독 공식대응이 어렵다는 입장이 만연되어있다. 전문가들은 동북아 국제관계상 일본의 ‘독불장군’식 의 외교에 한중이 공동대응 해야 한다는 측면,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중국과의 마찰을 극도로 꺼린다는 입장이 강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성을 띠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한 시기 판은 긴 기간 논란을 빚어온 동북공정 문제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는 의미에서 ‘동북공정’ 과연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이를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기획의 일부로 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를 만나 긴 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동북공정’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동북공정'의 신화왜곡은 어떠한 함의를 두는가?
'황화문명중심론’ 무엇이 허구인가?
동북공정을 비롯한 중국 중심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려는 심리의 저변에는 ‘황하문명 중심론’이라는 문화인식이 깔려있다. 이는 황하유역을 발단으로 한 문명이 주변의 미개한 문화를 모두 계몽시켰다는 논리이며, 그것은 곧 아시아의 문명은 모두 중국 문명에서 기인했다는 논리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중국은 그러한 논리로서 다른 민족에 대한 지배의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하’나 ‘양자강’ 등의 변방에서 발굴된 고고학적 유물은 놀랍게도 황하 유역보다 더 발전된 문명들이 나타났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한 결과로 황하문명중심론은 폐기되기 직전이며. 지금은 ‘다원적 문명발전론’이 정설로 자리 잡혀가고 있다. 즉, 현재 중국의 주변문화를 바라보는 지배적인 인식은 해체과정에 있으며, 그 모순과 허구성은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왜 하는가?
중국은 55개 소수민족을 아우르며 구성되어있는 국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한데 묶을 수 있는 강력한 이념이 필요한데, 예전에는 마르크시즘이 국가이데올로기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으나 자본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그것은 어울리지 않게 되었다. 그러한 이데올로기의 부재상황을 해소할 대안으로 ‘전통’, ‘복고주의’, ‘중화주의’가 다시 재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소수민족의 역사를 중국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중국 내부의 결속문제와 관련하여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우리는 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사람들이 어떠한 의도를 갖고 있으며, 그 기본적인 관념이 어디에 근거하는가를 밝히고 그 허구성을 지적해 내야한다.
동북공정, 그 해법은 무엇인가?
“소뿔을 고치려 하다 소를 잡는다.” 라는 말처럼 이는 자칫 심대한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학문적으로 대처하고 논리정연하게 허구성을 드러낼 수 있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장래 동아시아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는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일시적인 역사 왜곡과 우리가 추구해야할 커다란 과제는 개별적으로 나뉘어 생각되어야 한다. 물론 중국 측의 반성과 시정은 우선적으로 선험 되어야 할 것이다.
학계의 동향은 어떠한가?
제도적인 차원에서의 대응으로 학계는 오래전부터 ‘고구려 연구재단’을 만들어 집중적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을 하였고 최근 이를 ‘동북아 재단’으로 개편하였다. 개별학자들의 경우에 있어서는 집단화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신화나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대응논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것은 조만간 성과를 얻어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우선적으로 검증되고 인증되어야 한다. 이는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견강부회식의 논리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며. 이슈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정재서 교수는 인터뷰에서 정치적인 목적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부차원의 프로젝트로서 동북공정의 의미를 강조하였다. 그러나 학문적으로 이는 허구이며 곧 폐기되어갈 것임을 논증하였다. 아울러 정교수는 대처방안으로서 자칫 외교 마찰로 번질 수 있는 정치적인 움직임보다는 논리와 사실에 입각한 학문적 논박이 중요하며 반드시 우선되어야 말했다.
정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 시기 동북공정 문제는 우리에게 어떠한 함의를 두고 있는가? 하는 점을 재차 확인하게 되었다. “역사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라는 말과 같이 국가가 나아가야할 방향과 정당성 그리고 ‘명분’이라는 주요한 가치는 역사에 근거하는 것임에 확신이 섰다. 그러한 측면에서 바라볼 때 동북공정문제가 일반 시민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계기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사학 교육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현시점 동북공정 문제가 사학 교육의 비중을 재고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