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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후보가 딴 소리 하고 있다?(펌)

아름다운내일 2007. 10. 27. 08:54

출처 : http://hantoma.hani.co.kr/board/ht_politics:001001/218672

 

문국현 후보가 딴 소리 하고 있다?
김석수 (pwkss)
10.26 10:38

 

내 팔자가 좀 기구하다. '노빠'도 아닌 것이 '노빠'소리 듣는가 하면 '반노'도 아닌 것이 '반노'소리 들어온 이력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나는 나일 뿐이고 그저 시시비비를 가릴 뿐이라고 말해도 믿어주질 않으니 어쩔수 없다.

 

이러던 차에 다시 '문빠'소리 듣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만 워낙 시대변화를 읽지 못하는 분들이 많으니 사시를 무릅쓰고라도 친절한 해설가로 나서지 않을 도리가 없다.

 

최근 문국현 후보가 '범여권 후보단일화는 없다'고 한 발언을 두고 말바꾸기라는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후보단일화는 99%이상 이뤄진다'고 했던 그가 11월중순까지 통합신당내부 단일화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범여권의 후보단일화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물론 관측자들은 그가 당분간 더 독자적인 행보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발언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또 정가소식에 정통한 이들의 말을 빌면 11월초까지 단일화되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이번 문 후보 발언을 보면 그냥 몸값 높이기 차원이 아니라 정말 단일화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국현의 등장을 여느 대선후보의 등장 쯤으로 이해하면 큰 오류에 빠진다. 그는 그저 성공한 경제인이고 환경운동가가 아니다. 재계의 기린아 정주영 패션도 아니고 학계와 관계의 성공인인 정운찬이나 고건 패션도 아니다. 기업활동과 시민사회활동에 성공한 문국현이지만 문 후보에게는 다른 면모가 있다는 것이 나의 직감이다.

 

그것은 미래를 위해 예비된 자의 포지션이다.

 

문국현의 정치적 자산은 '지역'이 아니다. 그는 이명박의 영남근거지나 정동영의 호남근거지가 없다. 하다 못해 지역주의 정당이 아닌 민노당의 권영길도 노동자들이 많은 울산이나 창원이란 지역근거지가 있고 지역주의와 싸우며 성장한 노무현 대통령도 엄밀하게 보자면 부산경남이란 지역근거가 있다. 그런데 문국현은 지역근거가 전혀 없다. 

 

그런데도 고정지지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순전히 그의 패러다임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근간으로 해서 건설되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과 필요한 이론, 그리고 실증적인 그의  삶의 궤적이 고정지지층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소리없이 격동하는 한국정치권의 구도변화를 말해주고 있다. 대선과 총선구도가 '지역'을 고정상수로 두고 각종 정책양념이나 인지도와 지명도 ,그리고 연합과 제휴의 전략과 전술이란 변수로 이뤄진 한국정치지형의 근본적인 변화를 말해주는 것이다.

 

즉 지금은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하는 보수정치세력과 대통합신당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민주개혁세력이 지역과 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좁은 틀을 넘어 근본적인 패러다임, 즉 구시대 패러다임과 신시대 패러다임의 충돌과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정치문화 혁명기의 한 가운데 우리가 서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점을 아직도 많은 국민이 느끼지 못하고 심지어 정치전문가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마치 태풍의 눈 지역이 고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말하자면 패러다임의 급변 속에 있다보니 그것이 어떤 변화를 의미하는 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결국 태풍이 지나가봐야 태풍을 인식할 수 있듯이 지금의 정치패러다임의 변화는 일정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사람들이 인지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정치를 인식하고 구도가 만들어지는 틀거리(패러다임) 자체가 바꿔지는 상황이다. 지역과 양념정책, 그리고 연합전선과 같은 전략전술로만 정치와 선거구도를 인식해오던 기존 패러다임으로는 문국현 후보가 말바꾸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외먕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문 후보의 말바꾸기가 아니다. 그의 등장은 이미 몇차례 지적한 바 있지만 범여권이라고 불리고 범개혁이라고도 불리는 민주평화개혁세력의 세력교체와 맞물려 있다. 

이집트를 탈출한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이란 긴 시간이 흐른 뒤 가나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구시대 패러다임, 즉 노예의식에 찌들은 백성들이 아니라 자존과 자립의식을 가진 신세대들이 장성한 연후에야 독립국가를 건설하라는 신의 섭리이다. 바로 이와 동일한 현상이 지금 범여권세력을 대체하려는 흐름이 문국현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핵심적 사안이다. 즉 모세를 교체하여 여호수아가 가아안으로 입성하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그간 민주개혁평화세력이라 불리는 전통세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이끌면서 그 역사적 임무를 다했고 더불어 수명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남북평화공존과 통일지향은 여전히 진행행이지만 어쨋든 권위주의와 반권위주의 구도 속에서 기존 범여권은 그 역사적 소명을 의미있게 감당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세력도 이제는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민주화운동경력을 더이상 훈장으로 달고 다닐 수 없다'는 스스로의 발언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국민도 식상해 한다. 이는 과거 권위주의 군사정권에 대항했던 패러다임의 시대가 끝났음을 말한다. 정치사회적 민주화, 절차적 정통성의 회복, 불의한 과거사 정리와 같은 시대적 과제를 그럭저럭 잘 수행해왔다.

 

문제는 국민이 변했다는 사실이다. 정확히 말하면 시대정신이 급변했다. 김대중에서 노무현으로 이어오는 연속선상의 시대정신이 아니다. 지역주의에서 탈지역주의로의 시대정신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의 권위주의 해체와 더불어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은, 그리고 시대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그간 원론적으로 말해왔던 정책노선중심의 정치구도를 요구하고 있고, 거기서 다시 20세기가 아니라 21세기 뉴 패러다임의 노선경쟁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 뉴 패러다임 노선경쟁에서 앞선 세력은 한나라당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나라당 진영에 일부 포진하고 있는 뉴라이트 세력이다. 올드라이트와의 차별성과 보수세력 고유의 도덕성을 기반으로 신자유주의와 같은 영미식 패러다임을 추구하고자 한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당장의 효율성을 앞세우는 패러다임이다.

 

반면 민주개혁평화세력진영의 몰락은 이같은 뉴라이트 세력에 대항할 수 있는 독자적 패러다임의 부재현상을 말해준다. 한나라당의 뉴라이트를 대응할 카운터파트너로서 부적절한 것이 기존 범여권세력이다. 물론 비현실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민노당도 대안세력에서 실패하고 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21세기 새로운 진보와 개혁담론을 가지고 등장한 이가 바로 문국현 후보다.

 

문 후보의 패러다임은 전통적인 진보개혁의 담론이 아니다. 단순히 유럽식 모델을 도입한 것도 아니다. '사람중심경제'는 사회투자모델인 유럽자본주의에 영향을 받았지만 이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해 유한킴벌리라는 기업에서 실증적으로 확립한 패러다임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틀거리를 지향하되 21세기 뉴패러다임의 새로운 테제라 할수 있는 생태환경(청계천복원과 같이 모양만 환경이 아니라 살아있는 환경을 이르는 말이다) 을 핵심적으로 접목시킨 패러다임이다.

 

이렇게 보면 범여권 후보단일화는 사실 넌센스다. 궁극적으로 문 후보까지 포함해 단일화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내년 총선을 통해 전통적인 민주개혁평화세력을 준설하는 대체세력으로서의 포지션이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문국현세력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논리는 희망섞인 논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항상 대선을 앞두고 거대한 흐름이 만들어진 현대한국사를 되돌아 보면 이같은 추론은 매우 과학적이라고 자부한다. 

 

나의 관점은 문국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가에 있지 않다. 문국현 후보도 아마 그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듯하다. 대선도 중요하지만 내년 총선에서 최소 50석 의석 확보를 언급하는 최근 그의 생각이 이심전심이 아닐까 한다. 

 

지금은 괜찮은 누구 한사람 대통령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낡고 진부한 민주평화개혁세력의 일대 준설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래서 그 결과, 국민들에게 새로운 비전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만들어지는 것, 이것이 문국현 패러다임이 한국정치사에서 점하는 분수령적 의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러니 후보단일화라는 극히 단기적 국면의 전술만으로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와 권력이동(파워시프트)현상을 규정하려 드는 어리석음을 우리 모두 피할 필요가 있다. 후보단일화, 필요하면 할 수도 있고 안 할수도 있는데 그 필요성이란 바로 위에 언급한 패러다임과 세력의 성공적 교체를 말함이다. 

김석수의 '자유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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