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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어느 미국인의 '한글사랑'

아름다운내일 2007. 10. 12. 16:06

어느 미국인의 한글사랑

 

 

【뉴욕=뉴시스】

"한글 사랑을 '포기(Poggi)'하지 마세요!"

맨해튼에서 건축설계사로 일하는 에릭 피터슨(45)씨는 스웨덴에서 이민온 가정의 후손이다.

그는 미 대륙횡단 버스 안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한국인 여성을 아내로 맞은 덕분에 한국인보다 한국을 사랑하는 미국인이 됐다.

피터슨씨는 한국의 추석과 설 명절을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추석 차례상과 설 차례상을 부부 합동으로 정성껏 준비한다. 미국은 추석이 휴일이 아니므로 당연히 출근 준비에 바쁘지만 반드시 한복을 차려입고 절을 한다.

차례상 내용도 흥미롭다. 이번에는 비록 송편은 빠졌지만 너비아니도 만들고 무나물도 하고 몇가지 전도 부쳤다. 농장에서 따온 과일과 함께 술은 바나나 쉐이크로 대신하고 따끈따끈한 피자도 3종류나 올렸단다.

한국과 미국의 조상들에게 함께 올리는 예이니 망발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의 아내는 "올해는 나름대로 양쪽 문화를 공평하게 대한다는 뜻에서 포크와 나이프 수저 일습을 챙겼는데 한국의 조상님이 보셨다면 그 독특한 개성 만점의 성의를 흉 보시지는 않았겠지요?"하며 웃는다.

아내 덕분에 한국식 전통을 끔찍하게 여기는 그는 어르신들을 보면 넙죽 엎드려 절하는 것으로 예를 갖춘다. 파란눈의 사위일망정 김해 김씨인 아내 문중에서 기본이 된 후손으로 받아들일만 하다.

그가 유별나게 사랑하는 것은 아내만이 아니다. 바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이다. 10년 전 아내를 만난 후 한글을 알게 됐고 그걸 배우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개성만점의 한글 그림판을 손수 만든 것이다. 2년 전 피터슨씨는
한글날을 맞아 기자에게 편지 한통을 보냈다.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었다.

올해 한글날을 그는 어떤 마음으로 보냈을까. 가슴뭉클한 한글사랑을 말해주는 편지를 소개한다.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10월9일 한글날이었습니다.

수백년 전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은 한자 문화권의 양반 문화권에서 서민들이 문맹에서 벗어나게 했을뿐만 아니라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하였으며 나아가 독립된 언어는 중화 한자 문화권에서의 탈출을 의미하면서 곧 문화적인 독립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언어가 중요한것은 '문화가 음식을 발달'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언어는 문화를 발달'시키는 상징이자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글날은 한국인에게는 어느 기념일보다도 중요하고 뜻깊은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얼마 전에 한글날이 더이상 공휴일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저는 상당히 놀랐습니다.

8년 전 미국에서 만난 친구를(지금은 제 아내가 된) 찾아 한국 여행을 갔을때 그 친구는 제게 제안한 요구 사항이 딱 한가지 있었습니다. 비록 여행을 위한 짧은 방문이지만 한글을 배우면 여행이 훨씬 윤택해질것이라고 충고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고 조금은 말하고, 읽고, 쓸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제 한글은 여행하는데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고 어디서나 환영 받았으며 더이상 생소하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10개의 모음과 14 개의 자음이 모여 소리를 만들고 뜻을 전달하는 과학적인 한글을 배우는 재미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독특한 언어 조합이라는것도 배웠습니다.

세종대왕은 제 한국 아내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한국이란 나라를 인상깊게 보도록, 관심있게 보도록 이끌어준 인물입니다.

오늘 저는 재미난 한글 단어 하나를 배웠습니다.

아내가 낚시를 다녀오면서 도미(영어로 Poggi)를 잡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포기'를 보여 주면서 한글 공부 한 단어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영어에선 생선 이름이지만 발음이 똑같은, '포기' 즉 'give up'이라고 말입니다.

포기하지 마세요!(Please, Don't give up!)

이 단어를 아주 쉽게 그리고 완벽하게 배웠습니다.

이제 한글날이 비록 공휴일은 아니지만 또 영어를 해야 하는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한글의 역사를 잊어버리지 마시고 또, 한글 사랑을 포기하지 마세요.

그리고 한글에 대해서 자랑스러움과 자긍심을 가지십시요.

한글이 있어서 한국이 더욱 멋있고 한국인이 한층 돋보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십시요.

감사합니다.

Erik M. Peterson 올림"

노창현특파원 rob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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